2009년 07월 03일
선택이라는 것은 온전히 가치판단의 결과물이라 볼 수 있는데, 가까운 예를 들어 카메라를 들어보자.
나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화질 선호인 것 같다. 그래서 때로는 풀프레임 노래를 부를 때도 있다. 지금 쓰는 기종은 오래된 크롭 기종이지만, 그냥 저냥 잘 쓰고 있다. 크고 무거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확실히 찍고 난 뒤의 결과물을 생각하면 그게 별로 걸림돌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결과물 생각을 하며 열심히 들고 다닌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 그 결과물에 배신당한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
얼마 안되는 시간 동안 카메라를 만지며 내린 결론 중 하나는, 큰게 아니면 절대 넘볼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축소광학이 아무리 지랄 발광을 해도 거함거포는 이길 수 없다. 물론 어느 정도의 절충점이라는 것은 존재한다. 적당한 크기에 적당한 가격 적당한 성능에 적당한 결과물. 그정도에 만족한다면 그정도만 써도 충분하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가끔 번들 렌즈를 끼워보지만 기분탓인지는 몰라도 이내 실망한다. 고급 이름을 붙이고 나온 것에는 무언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어떤 것이 분명 존재한다.
내가 포서드나 여타 기종을 좋아하지 않고 구라핀 소리 들으면서 캐논 쓰는 이유도 대충 그 정도에 있다. 특히 포서드는 디지털 시대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마케팅 용어를 남발하며 여태까지 이어져온 135를 재정의 하려한 시도가 조금 괘씸했다. 물론 성능이 좋았다면 인정해 줄 수 있었지만 포서드 출범 몇 년간 자기들이 주장하던 장점 - 가격이나 크기의 이점 - 은 하나도 살리지 못했다. 캐논도 디지털 렌즈는 쓰지 않는다. 손떨방 같은건 필요 없다.
여기서 사람들간의 가치관의 차이가 드러난다. 화질은 손해를 보더라도 휴대성이 필요하면 가벼운걸 쓰고, 나처럼 화질 선호하면 크기같은 것은 별로 중요시 되지 않는다. 가끔 가격도 고려사항으로 내세우지만, 있는 자들에겐 그것 조차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천만원 정도 쓰는 것 쯤은 우습게 보는 사람들을 만나면 정말 할 말이 없어진다. 전에 누가 그럼 나더러 중형 들고 다닐거냐고 그랬는데 만약 내가 중형 화질까지 필요할 정도였다면 기꺼이 그랬을 것이다. 어차피 모델들이나 찍으니까 그리고 그정도 까지는 필요 없으니까 나 역시도 거기까지는 원하지 않는 것 뿐이다. 그러니까 쿨25 망가질 때 까지 썼던거 아니었음? 최소한 나의 사진 철학은 한 번 밖에 없는 순간 되도록 좋은 화질로 남기자 이거니까, 나는 거기에 충실한 것이었음.
고만고만한 성능간의 차이는 가격 차이가 그렇게 나지 않지만, 성능이 조금씩이라도 올라갈 경우 가격 차이는 현저해진다. 우리는 그걸 알면서도 그런 차이를 기꺼이 감수하고 지갑을 연다. 그러니까 두 스탑 차이 50mm 렌즈가 가격이 4배여도 기꺼이 사는 것이고, 거기서 또 두 스탑 더 높은 1.2니 1.0이니 하는 것은 100만원이 넘어도 벤치마크 해봤더니 별 차이 없어도 사는 것이고. 빨간 띠만 두른 것 뿐이라고 욕해도 사는 것이고. 뭐 그런 것 아니겠는가. 더불어 나는 크롭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풀프레임 화질에는 다가갈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풀프레임도 놀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 by JOHN_DOE | 2009/07/03 23:35 | TEMP 1 TALK | 트랙백 | 덧글(0)